2008/10/1(수)

Wonchi Lake   아디스 아바바에서 북서쪽으로 15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Wonchi 호수엘 다녀왔습니다. 우리나라 백두산의 천지처럼 화산 폭발로 인해 생긴 호수랍니다. 해발 3000미터에 위치한 아름다운 호수였습니다. 큰 호수 안에는 섬이 세 개정도나 있었구요. 아프리카라서 그런지 기온이 춥지도 않고 공기도 맑고 적당하게 쾌적했습니다. 호수 둘레엔 주민들이 많이 살고 있었지요. 도시가 멀어 자급자족하느라 그런지 빵을 만들 수 있는 가바바나 나무들을 집집마다 심어 놓았구요. 감자 옥수수등 밭들을 일구어 놓았더군요. 모두들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기도 없구요, 물은 호수에서 직접 길어다 쓴답니다. 높은 곳에 살고 있는 분들은 매우 어렵겠더라구요. 우리가 갔을 때도 작은 꼬마들이 꾀죄죄한 작은 물통을 들고 물을 긷고 있었습니다. 미국인들이 선물했다는 보트를 타고 한 섬엘 갔습니다. 그곳엔 16세기에 왕이 세웠다는 목조건물의 작은 동방정교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성당 둘레에는 38분의 수도자들이 저마다 작은 독채를 짓고 은수생활을 하고 계셨습니다. 독채라야 나뭇가지로 엉금엉금 지은 소박한 집이었습니다. 한 수도자의 집엘 방문했습니다. 집안은 빈약하였지만 정갈하였습니다. 작은 침대가 한켠으로 놓여있고, 우리 옛 시골에 있었던 작은 등잔과 십자가, 한쪽 벽 가득히 붙여놓은 성화들... 그리고 흔히 이곳 가정들이 그렇듯이 부엌이 따로 없이 집안에서 요리를 하시는지 방 가운데 재가 있었습니다. 10여미터 아래 호수로는 오솔길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벌써 40여년을 수도하신답니다. 우리는 서로를 반가워하며 손을 맞잡았습니다. 사방이 호수라서 저절로 봉쇄수도원이 되더군요. 일요일이면 신자들이 보트를 타고 와서 미사에 참석한답니다. 전기도 없는 이곳 밤하늘엔 호수의 물결과 함께 별들이 쏟아지겠지요? 그 적막한 고요와 물과 별들의 장관을 바라보며 태초 근원으로부터의 하느님과 영원의 세계를 명상하실 이곳 수도자들을 상상하니 좀은 부러웠지요. 아마도 모든 은수 수도자들이 부러워할 자연 조건이었지요. 불편하실 것들은 제쳐두고 말입니다!! 돌아오는 길엔 마침 호수에서 물을 긷고 가는 한 어린이를 따라 그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부모님과 온 가족들이 신기해하며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들어가니 마침 가바나나 분말로 빵을 굽고 있었습니다. 영락없는 아프리카 풍경이었지요. 둥근 흙집에 지붕은 풀잎을 엮어 얹었구요. 집안은 이곳의 대부분 집들이 그러하듯 흙바닥이었는데 그 한가운데 불을 지피고, 우리 시골의 가마솥 뚜껑 같은 둥근 판 위에 큼직한 둥근 빵을 굽고 있었습니다. 빵을 맛보았는데 좀 구린내 비슷한 맛이어서 많이는 못 먹겠더군요. 이분들은 이곳 외지에서 다른 것 없이 이것만 매일 먹어야 하니 어려우실 것 같아 좀 안되었더군요. 최빈국 이곳에서 굶지 않으시는 것만도 다행이시겠지만요. 집안을 둘러보았는데 작은 침대 하나만 한쪽으로 놓여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많았는데 온 가족들이 어떻게 주무시는지 이해를 못하겠더군요. 그리고 옆방인 격인, 얼기설기 쳐놓은 나무울타리가 있었는데 물어보니 그곳엔 밤에 가축들이 잠을 잔답니다. ................. 모두들 순박하고 행복해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