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7(금)

물...물...물...   한 시골 마을엘 갔습니다. 그런데 이곳 마을 분들이 모여 저희에게 물 문제를 도와 줄 수 없겠느냐고 제의해 오시더군요. 우기가 끝난 시기여서 넓고 넓은 벌판에 곡식들이 거의 영글어가고 있었습니다. 웃음으로 인사하며 지나가시는 분들, 호기심 가득 힐끔 힐끔 돌아보며 지나치시는 분들, 아예 우리를 둘러싸고 넋 놓고 구경하는 천진스런 어린이들, 이 모든 것들은 겉으로는 평화로운 이국 아프리카의 풍경이었지요. 우리는 도와 줄 수도 없으면서, 이곳에 물이 얼마나 있는지 궁금하여, 어디서 물을 길어 쓰는지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우리를 인도했습니다. 벌판을 거치며 한참을 차를 타고 갔습니다. 가는 도중 물통을 들고 가시는 분들도 만났습니다. 한 어린이가 물통을 나귀등에 싣고 가고 있었습니다. 물어보니 학교에도 다니지 않는답니다. 아마 집에서 물 긷는 일을 맡은 모양입니다. 우리는 계속 차로 갔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걸어서 동굴 비슷한 곳을 지나갔습니다. 마침내 도착한 곳은, 깊은 낭떠러지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맑지도 않은 호수였습니다. 그 아래로는 물을 길으려 내려가신 분들과 가축들이 아련하게 보였습니다. 한 달 전에는 한 노인이 물 길으려 오셨다가 미끄러져서 돌아가시기도 하셨답니다. 이 넓은 지역에 물을 구할 수 있는 곳은 오직 이곳뿐이랍니다. 주민들과 가축들이 함께 사용해야 한답니다. 그러니 농사는 우기에 겨우 한번 만 지을 수 있지요. 깨끗하지도 않은 식수조차도 이렇게 힘드니 말입니다. 먼 벌판을 지나 걸어서 오는 것도 모자라 다시 저 낭떠러지까지 내려가서 물을 길어 올라와야 하니까요. 이분들이 얼마나 힘겹게 살아가고 계신지는 상상을 넘는 것이겠지요. 그래도 이분들 표정은 순박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