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10(화)

007 여행   얼마 전 이곳 케냐 키스무에서 나이로비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비행기로 50분 거리이지요. 버스로는 7시간 걸린답니다. 저희 둘은 오전 10시 비행기 티켓을 준비한 터라 안전한 시간에 나갔지요. 그런데 저희가 공항에 도착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저희 짐을 서둘러 받아 붙여주더군요. 그러면서 9시 40분에 boarding 한다고 속삭이듯 말해주었습니다. 대기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9시 40분이 되자 어떤 남자분이 우리에게만 오라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벌써 시동이 힘차게 돌고 있는 기내로 들어갔습니다. 비행기는 50명 정도 탈 수 있는 소형이었는데  5명의 남자 손님들만 이미 타고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모두 아프리카 분들이었습니다. 서로 잘 아는 사람들인 듯, 웃음 섞인 유쾌한 말들을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중년이 넘어 보이는 점잔은 한분은 대화에 끼이지 않고 계속 신문을 읽고 있었습니다. 보통으로는  좀 촌스러운 한명의 스츄어데스가 있었는데, 이번엔 자신만만해 보이는 스츄어데스가 둘이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비행기는 우리가 타자마자 9시 45분에 즉시 출발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약간 불안해서 이 비행기가 나이로비로 가는 비행기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뚱뚱하지만 단정한 용모의 스츄어데스가 친절한 웃음으로 그렇다고 했습니다. 저는 넓직한 비행기 안에서 아침나절의 아름다운 적도 창공을 보려고 하늘이 잘 보이는 좌석 창가에 자리 잡았습니다. 잠시나마 시간과 삶을 누리는 심정으로요. 적도의 하늘은 맑고 찬란했습니다. 또한 웅장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스츄어데스들은 그분들께 특별한 예우는 안했습니다. 기내 간식도 특별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서로 인사도 없이 50분을 함께 하였습니다. 비행기는 아마 그분들이 특별기로 주문했나봅니다. 그분들은 어떤 분들이었을까요? 우리 둘만을 골라 함께 한 그분들이요? 가끔 그분들이 생각납니다. 그분들께의 하느님 축복을 빌어봅니다.